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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문건설신문] 납품단가 연동제 또 용두사미 우려

작성자 RICON 날짜 202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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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납품단가 연동제 또 용두사미 우려

 

* 보   도 : 대한전문건설신문, 2022년 8월 15일(월), 전문가시각

* 작성자 : 홍성진 연구위원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제조업종을 중심으로 하도급법상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종의 경우에도 하도급자가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건설업계가 앞장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조속한 입법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 하도급 공사는 재료비가 약 30%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대기업(원사업자)의 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조정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건설업종의 원자재 가격상승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비율이 51.2%로 나타났으며, 대한전문건설협회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의할 경우 58.0%로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관한 논의는 비단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와 국회는 다양한 대안을 논의했다. 당시 제18대 국회는 개원 초기 문국현 의원을 시작으로 약 7건의 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를 도모한다는 취지는 동일했으나,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견해 차이가 컸다. 소수 입법자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주장했고, 다수 입법자는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주장했다.

결국, 당시 대기업과 다수 입법자가 제기한 민법의 기본원리인 ‘사적 자치의 원칙’, ‘헌법상 시장경제의 원리’, ‘원가 산정?기준가격 설정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로 선회했다. 그리고 최종 처리 과정에서 ‘하도급대금의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라는 단서 조항을 삽입함으로써 사실상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로 전락하게 됐다.

이후 2010년 박선숙 의원을 시작으로 납품단가 조정협의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납품단가 연동제를 다시 발의했으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시행 초기에 따른 실효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논리로 무산됐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의 하도급대금 조정신청권을 신설했다.

12년이 지난 오늘날 제21대 국회는 다시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김경만 의원은 원자재 기준가격이 일정 비율 이상 상승한 경우 원사업자는 추가로 발생한 비용을 하도급대금에 조정하도록 하고 있고, 강민국 의원은 표준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의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두 법안은 지금까지 제기된 ‘사적 자치의 원칙’, ‘헌법상 시장경제의 원리’ 등 문제점을 우회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입법 환경을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2022년 1월11일 납품단가 연동제 관련 하도급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주요 개정 내용은 하도급대금의 조정협의 대상 확대 및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자에 중소기업협동조합 외에 중소기업중앙회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 대기업은 여전히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납품단가 연동제는 결국 ‘제도 시행 초기에 따른 실효성 부족’을 주요 이유로 또다시 신중론에 봉착하게 된다. 원안보다 한참 후퇴한 법안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관련 하도급법 원안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매우 안타깝다. 우리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자율 협의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또다시 이런저런 이유로 입법 통과를 못 하거나 후퇴한 법안을 내세운다면, 결국 그 피해는 상대적 약자인 하도급자가 앞으로도 계속 짊어져야 한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입법적 지혜와 결단으로 길고 긴 입법 데자뷔(dejavu)를 끝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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