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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ECONOMY] 서울 도시 경쟁력 깎아내릴 참신한(?) 주택 공급 아이디어

작성자 RICON 날짜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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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 도시 경쟁력 깎아내릴 참신한(?) 주택 공급 아이디어

 

* 보   도 : 매경ECONOMY, 2022년 6월 24일(금), 경제칼럼

* 작성자 : 이은형 연구위원

 

[경제칼럼]
김포공항 이전하면 지방공항은 존폐 기로
주택 공급 늘리려 기반 시설 없애면 부작용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윤석열정부 정책 방향은 확고하다. 정치권도 선거 공약을 통해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거나 새로운 공급 방식 도입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그렇지만 구도심 정비사업은 말처럼 금세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에서는 신규 택지를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어떻게든 대규모 공급 방안을 구현하려는 아이디어들이 제시됐지만 현실적으로는 고민할 부분이 적지 않다.

가령 김포공항 기능을 인천공항으로 이관하고 그 부지에 주택 20만가구를 짓자는 주장만 보더라도 그렇다. 단순히 집을 많이 짓기 위해 지방공항과 연계된 거점·도심공항 역할을 포기하자는 정책이 쉽사리 납득되지는 않는다. 김포공항이 없어지는 순간 지방에서 서울 접근성이 가장 용이한 교통수단은 고속철도가 되면서 지방공항들은 존폐 기로에 선다. 영국 항공교통 시장조사 기업인 OAG가 전 세계에서 항공기 운항편이 가장 많은 구간으로 ‘김포~제주’를 선정했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 된다. 공항은 여객과 물류 운송을 함께 맡고 물리적 시설뿐 아니라 운영 노하우도 중요하다. 김포공항은 어쩌다 제주도로 향하는 여행객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전이나 폐쇄를 그리 쉽게 논할 수 없다.

도로와 지하철의 지상 구간을 지하화하고 그 위에 주택을 짓는 방안도 한때 이슈로 떠올랐지만 ‘지하화’의 목적 측면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일반적으로 도로를 지하화하는 것은 상습 정체 구간의 교통량 처리 능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 토지 매입 등의 문제로 기존 도로를 수평으로 확장하는 대신 수직 방향 확장인 지하화를 택한다고 보면 맞다.

도로 지하화를 통한 주택 공급은 오히려 지역 교통난을 심화하고 정주 여건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물론 지하 구간을 2중, 3중으로 만든다면 교통 처리량이 늘고 지상 구간도 확보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공사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지하화의 반대 급부로 얻는 지상 면적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효과를 내거나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상 철도의 지하화도 마찬가지다.

도시 경쟁력이 단순히 주택을 많이 짓는 것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예산 낭비 우려가 큰 만큼 철도, 도로 지하화를 위한 재원을 경전철 신설 등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일례로 최근 개통된 신림선 도시철도는 경전철이지만 개통되자마자 교통이 취약했던 서울 서남권 지역의 핵심 기반 시설로 자리 잡았다. 교통망이 더해지자 지역 가치에 변화가 생기고 재건축, 리모델링에 속도를 내는 단지도 늘었다. 기반 시설 확충이 자연스럽게 정비사업 수요까지 이끌어낸 셈이다.

서울에는 여전히 도심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이 많기에 현실적인 지역 균형 발전 수단 역할을 한다. 장기적으로는 정비사업을 통한 노후 도심의 새 단장과 주택 공급 확대를 촉진한다. 물론 모든 경전철이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정치 논리가 아닌 적절한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추진한다면 자연스레 도시 경쟁력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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